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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조아

헨리 폰다 주연 '12인의 성난 사람들'을 통해 알아보는 배심원제

by ☆★☆★★★☆ 2021. 3. 4.

안녕하세요 오늘은 배심원실이라는 격리된 공간 안에서 배심원들이 합리적 의심을 통해 18살 무고한 소년이 무죄임을 밝혀내는 법정 드라마 헨리 폰다 주연의 '12인의 성난 사람들'을 통해 '배심원제'에 대해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헨리 폰다 주연 '12인의 성난 사람들'을 통해 알아보는 배심원제

 

 

합리적 의심에 근거해 논리적 허점을 찾아내고자 하는 배심원 제도의 존재의의와 더불어 무죄 추정의 원칙이 필요한 이유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기에 법학 관련 수업에서 교수가 과제로 내주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하는데요. 뿐만 아니라 보편적인 성격을 지닌 인물들이 토론을 통한 합의의 과정에서 어떤 상호작용이 나타나는 지를 잘 캐치해낸 영화이기에, 심리학과 학생들에게 과제로 나가는 경우도 많다고 하네요.


헨리 폰다가 연기한 배심원 8번이 소년의 유죄를 주장하는 나머지 11인을 설득해나가는 이 영화는 사실 배심원 제도가 없었다면 탄생할 수 없었겠죠. 그렇다면 '12인의 성난 사람들'의 배경이 되는 제도, 미국의 배심원제에 대해 우선 알아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배심원 제도는 법조인이 아닌 일반인이 재판 과정에 참여해 범죄 사실 여부를 판단케 하는 것입니다. 이 배심원 제도는 대배심과 소배심으로 나눠볼 수 있는데, 대배심은 20여명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이 형사사건에서 피의자의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정부가 기소재량권을 남용하지 못하게 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한편 소배심은 대배심에 비해 적은 인원인 12명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이 공판에 있어 사실 문제를 결정하는 방식입니다. 즉 배심원단이 피고인의 유무죄를 결정하는 것이라고 봐도 되겠네요. 

기소를 결정짓는 선에서 그치는 대배심과 달리 소배심은 유무죄를 결정해 피고인의 처벌 여부까지 관여하므로 만장일치제를 통해 보다 더 신중한 판단을 유도합니다. '12인의 성난 사람들'의 배경이 되는 제도는 배심원 제도 중에서도 소배심이 되겠죠. 18살 소년의 유뮤죄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12명의 사람들이 열띈 토론을 벌였고, 모든 배심원들의 의견이 무죄로 일치됐을 때 토론이 끝났으니까요.

이 배심원 제도가 영미법에서는 상당히 오랜 전통을 지니고 있고, 상당히 중요하게 여겨지는 제도입니다. 배심원은 18세 이상의 미국 시민권자 중 범죄 경력이 없는 이들이 무작위로 선정되는데요. 작중 배심원단 또한 풋볼 코치 은행원 건축가 빈민가 출신 등 다양한 출신과 직업군이 섞여있죠. 배심원으로 선정되었는데 불참할 경우 벌금을 물거나 구속이 될 수도 있습니다. 뉴욕양키스의 경기를 보러가야했던 배심원 7번이 공판에 참가한 것도 이러한 강제성 때문이겠네요. '12인의 성난 사람들'의 배심원단은 주에 따라서 차이가 있긴 하지만 피고인이 죄를 지었는지의 여부에 대해 판단을 하는 역할이므로 공판에서 막대한 권력을 쥐고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심지어 이들이 확인한 사실관계는 상급 법원에 의한 파기환송과 같이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뒤집을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더욱 중요성을 띕니다. 배심원들이 합리적으로 의심할 수 있는 부분은 끊임없이 의심하고, 유죄가 확실하지 않은 이상 피고인을 무죄로 봐야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는 것입니다.

 

 

'12인의 성난 사람들'이 보여주듯 배심원 제도는 시민이 직접 재판에 참여한다는 점이 가장 큰 의의입니다. 재판은 사법부가 짜고치는 고스톱이다! 라는 국민들의 불신을 줄여줄 수 있을 뿐더러, 일반 민중들의 의견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의 정신을 실현하기에도 적합한 제도입니다. 작중 피고인의 변호사는 금전적 보상이 적다는 이유로 피고의 변호에 소홀했고, 검사의 뜻대로 재판이 흘러갈 뻔 했지만 배심원들의 판단을 통해 이를 막을 수 있었죠. 또한 법에 비해 보다 더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의 보편적 가치관을 이 배심원 제도를 통해 더 잘 반영할 수 있다는 점도 배심원 제도의 의의입니다.

하지만 이상적인 배심원 제도의 모습을 보여준 '12인의 성난 사람들'을 보고 저는 이 영화가 배심원 제도의 한계점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우선, '비전문성'이 가장 큰 배심원제의 문제였습니다. 배심원 모두가 법조인 수준의 전문성을 갖추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재판장은 전문지식이 난무하는 공간이기에, 비전문적인 배심원은 검사와 변호사의 말에 그저 이리저리 끌려다닐 가능성이 몹시 높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배심원 8번이 문제를 제기하고 나머지 배심원을 설득하기 전까지 나머지 배심원들은 재판의 미심쩍은 부분에 대해 의심하기 보다는 검사의 유능함에 대한 칭찬을 늘어놓기 바빴습니다.

배심원들이 검사, 변호사에게만 휘둘리는 것은 아닙니다. 같은 배심원에게도 휘둘리기 마련이죠. 논리적으로 자신의 합리적 의심을 풀어내는 배심원 4번, 8번의 경우 이상적인 토론의 자세를 갖추었다고 볼 수 있겠으나, 배심원 3번, 10번과 같이 그저 폭력적으로 위협을 가하거나 목소리만 높이는 이들은 토론의 영양가를 떨어뜨리고 합리적 의심을 불가능하게 만듭니다. 큰 목소리만 내새우는 이들에게 흔들렸다면, 무고한 소년은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배심원들이 법조인들에 비해 감정적 판단을 내릴 가능성 또한 크다고 생각합니다. 배심원 3번이나 10번과 같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편견만 가지고 사건을 성급하게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죠. 물론 검사, 변호사들 중에도 그런 사람들이 없다고 보장할 수는 없지만, 이들에게 있어 중립을 지키는 태도는 의무사항입니다. 하지만 일반인들에게 편견은 피해야할 것은 맞지만 갖는다고 해서 처벌을 감수해야 한다거나 한 것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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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폰다 주연 '12인의 성난 사람들'을 통해 알아보는 배심원제

 

 

두번째로, 배심원 제도 자체가 경제적으로 너무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통계자료를 찾아보니, 배심원과 판사의 생각이 일치하는 경우가 90% 이상이라는 자료도 있더군요. 판사가 판결과 배심원의 판단이 거의 동일하다면 굳이 배심원제를 고수할 이유는 없습니다. 배심원제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이죠. 배심원제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배심원으로 선정된 사람들에 대한 법지식 교육 비용, 숙소 비용, 함의 장소 제공 비용 등이 추가적으로 들어갑니다.

이러한 추가적인 비용이 들어감에도 불구하고 배심원 12명은 단 하나의 사건만 맡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3명으로 구성된 판사들은 다수의 사건을 처리할 수 있죠. 즉, 배심원제 자체가 큰 비용을 들여서 적은 효율을 내는 방식알는 것입니다.

물론 '12인의 성난 사람들'에서 보여주듯 이런 비효율적인 방식이 오판을 방지하고 무고한 이의 사형을 방지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영화 내에서, 소년이 살인 누명을 쓰고도 자신의 억울함을 재판장에서 호소하지 못한 본질적인 이유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소년의 변호인의로 선임된 변호사가 금전적 보상이 적다는 이유로 소년의 변호를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배심원제에 투입되는 비용을 절약해 국선 변호사, 형사 피해자 보호 등에 투자하는게 오히려 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심리학적인 관점에서도 이 영화는 접근해볼 여지가 있습니다. '12인의 성난 사람들'의 배심원제는 만장일치제이기 때문에 소수의견이라도 정당성을 갖추면 다수를 설득하는 것이 가능한 체계입니다. 이성적으로 볼 때 민주주의의 원리가 가장 이상적으로 실현될 수 있는 의사결정체계이죠. 하지만, 체계가 이상적이고 이성적이라고 해도 사람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찌는 듯한 더위, 이유는 모르겠으나 작동하지 않는 선풍기, 야구경기를 보러가야 한다며 마구 보채는 남자. 이러한 상황에서 사람들이 이성적으로 사고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죠.

극심한 스트레스와 외부와 격리된 이러한 상황은 집단 사고를 유발하기에 더할나위없이 좋은 환경입니다. 즉, 이성적인 관점은 결여된 상태에서 배심원실에서 빨리 탈출하고 싶다는 이유로 성급하게 판단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배심원 8번의 반대표로 시간이 지체된다면, 다수결의 압박이 발생하겠죠. 소수의견을 낸 사람을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고, 그가 제기하는 합리적 의심을 수용하려 하지 않습니다. 민주주의의 원리를 이상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체계에서 민주주의의 어두운 부분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것이죠.

한 가지 더 짚어볼 문제가 있습니다. 이상하게도, 배심원 12명 중 아무도 중립에 서있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소년은 유죄이다 혹은 무죄이다로 갈렸을 뿐이죠. 심지어 왜 소년이 유죄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배심원 2번은 '이유는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가 유죄라는 것을 확신해요.'라고 답했습니다. 명확한 이유가 있지 않다면 사실 중립에 서서 양쪽 의견을 모두 들어보고 자신의 입장을 정하는게 맞는 거잖아요? 그렇지만 배심원 12명은 이유가 있든 없든 유죄와 무죄로 입장이 갈라집니다.

 

 

 

이러한 현상을 집단 극화라고 부릅니다. 집단토론의 상황에서 찬성/반대 와 같이 극화된 의견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사람들은 집단 내 에서 자신의 위치가 불분명하다고 느끼게 됩니다. 혹은 극화된 의견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주관이 뚜렷하지 못한 사람으로 비춰질 거라는 불안감을 가지게 되죠. 당연스럽게도 이유없이 사람들이 극화된 의견을 가지도록 부추기는 집단 극화 현상은 옳은 경정을 내리기 힘들게 만듭니다. 이상하게도 이러한 현상은 만장일치가 이루어져야 하는 사황에서 더욱 심화된다고 하네요.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체계에 비이성적인 판단을 부추기는 허점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12인의 성난 사람들'. 처음에는 아주 오래된 흑백 영화여서 끌리지 않았는데, 막상 틀고 나니까 1시간 30분이라는 시간이 쥐도새도 모르게 지나가더군요. 영화와 같은 상황에서 나는 어떤 인물과 가장 비슷하게 행동할지에 대해 많이 고민해보았는데, 역시 8번처럼 행동할 자신은 없었습니다. 만약 저 상황이 오면 전 4번 배심원처럼 행동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무쪼록 배울 점도 많고, 재미도 있었던 오늘의 영화 '12인의 성난 사람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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